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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발현, 그 뒤엔 리더십이 있다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 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21세기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키워드 중의 하나가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최고의 경쟁력으로 부상했으며 학교, 기업, 정부 등 모든 곳에서 창의성 발현에 목말라 한다.

학자들은 뛰어난 이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또 기업은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라이벌 기업을 누르기 위해 창의성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러나 창의성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과연 어떤 것이 창의성인지 아직 이론적 규명조차 되어 있지 않다.

▲ 다양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3M의 제품들 
그렇다면 우리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이 창의성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은 가끔 경쟁사회에서 승리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뛰어난 연구 결과물을 내놓는 사람 혹은 번뜩이는 창의성을 발휘해 경쟁자를 누르고 승리를 쟁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성이론을 창시한 아인슈타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남들보다 뛰어난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만이 이 세상을 바꾸어놓은 것은 결코 아니다. 창의성은 천재의 머릿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평범한 사람들이 문제에 직면해 그 해결방법을 고민하는 데서 나오는 경우도 많다.

학자들에 따르면 창의성에도 단계와 수준이 있다고 한다. 창의성과 같은 비범한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사람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만들어 놓으며 위대한 업적을 남기지만 평범한 사람들도 간혹 작은 부분에서 창의성을 발휘, 이 사회를 풍요롭고 편리하게 바꿔놓는 일은 많다. 특히, 날로 치열해지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이런 사실이 많이 발견된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성공한 기업 3M

그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아이디어 기업 3M이다. 3M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발견되는 고민거리를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현재 3M은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 본부를 둔 다국적 기업이다. 1997년에 150억 7백만 달러의 매출과 순수익 1억 6천3백만 달러를 달성했고 전 세계 종업원 수는 7만5천636명, 총 제품 수가 6만여 가지에 이르는 초우량기업이 바로 3M이다.

▲ 3M 성공신화의 토대가 된 포스트 잇 
그러나 1902년 의사, 변호사, 정육점 상인, 철도 사업자 등의 5명이 출자해 ‘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mpany’란 이름으로 출발할 때만 해도 3M의 모습은 지금과는 매우 달랐다. 최초의 사업은 강옥석을 채굴해 숫돌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일이었으나 강옥석의 품질이 좋지 않아 3M은 도산의 위기에 몰리게 된다.

이후 1904년 3M은 사업방침을 채광 사업으로부터 연마지 제조 및 판매로 바꾸었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후, 자동차용 마스킹 테이프, 쓰리엠 아이트, 웨토드라이 등의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3M은 긴 불황의 늪을 벗어나게 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포스트잇(post-it)’ 등의 상품은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3M의 실제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포스트잇이라고 하면 3M이 떠오를 정도로 이 제품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 포스트잇의 개발은 매우 사소한 것에서 출발했다.

1970년대 3M에서 일하던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란 연구자가 강하게 붙지 않는 새로운 접착제를 개발했고 같은 직장에 일하는 ‘아트 프라이(Art Fry)’가 접착제를 종잇조각에 묻혀서 페이지 표시하는 용도로 쓴 것이 계기가 돼서 나온 것이다. 이후 3M은 수많은 아이디어 히트 상품을 내놓았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3M의 성공신화는 평범한 일반인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창의성은 존재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자신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소중히 여기고 공유할 수 있는 열린 분위기가 창의성 발현에 중요한 것이다. 3M이 이런 창의적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이다.

아울러, 이는 윌리엄 맥나이트(William McNight)와 같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았던 CEO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맥나이트 회장은 부하 직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활로를 열어주는 리더십을 발휘한 사람이다. 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발굴을 위해서 조직원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아이디어 공유를 위해 환경 조성을 해준 CEO다.

윌리엄 맥나이트가 남긴 “아이디어를 죽이지 말라”는 경영 철학은 지금도 유명하다. 평범한 기업이었던 3M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그는 일반인들도 충분히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이를 회사 경영에 적극, 도입했다. 3M은 이를 맥나이트 원칙(McNight Principles)이라고 불렀다.

창의성의 리더 ‘윌리엄 맥나이트’

1907년에 윌리엄 맥나이트란 청년이 20살의 나이로 3M사에 입사했다. 그의 첫 부서는 경리부였다. 비록 주급 10달러 50센트란 박봉이었지만 맥나이트는 입사 후 계속 승진가도를 달렸다. 그리고 결국 1929년에 사장을 거쳐서 1949년에 최고 경영자인 CEO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

CEO가 되면서 그의 진가는 더욱 빛난다. 평소에 겸손하고 수줍은 성격이란 소리를 듣는 맥나이트이었지만 반면에 그는 대단한 호기심과 추진력을 갖춘 사람이었고 그 자신이 창의적 인물이었다.

▲ 3M의 전 CEO 윌리엄 맥나이트 회장 
CEO에 오른 맥나이트는 직원들에게 최대한으로 간섭을 줄이고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었다. 후세의 경영 전문가들은 맥나이트의 아이디어 발굴에 대한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3M의 창의적 기업문화는 존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먼저, 그는 종업원들에게 자신들과 자기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직원들 스스로 셀프리더십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통해 맥나이트 회장은 직원들의 두뇌에 잠재하고 있는 무한한 창의성을 이끌어냈다. 그는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믿고 맡겼으며 타이트한 근무에서 해방시켜줌으로써 창의성을 발현토록 직장 내 분위기를 조성했다.

뿐만 아니라 맥나이트 회장은 실수를 범한 직원을 비판하고 옥죄는 기업문화는 창의성을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실수도 인정해줌으로써 다음번에 다시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 성공을 쟁취하도록 유도했다. 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바로 3M의 기업문화인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가진 지식이나 아이디어의 도움을 받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근로자들이 일하는 작업장까지 일일이 찾아가서 직접 상담했으며 거기서 드러난 사실은 3M의 공장에 직접적으로 확실하게 전달됐다. 이는 수많은 제품의 성공으로 나타났으며 이후 3M은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의 산실로 바뀌어갔다.

지금도 3M은 맥나이트 회장의 이런 경영철학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으며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제품 챔피언', '15% 규칙' 등 수많은 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표출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맥나이트 회장은 훌륭한 업적을 남긴 직원들의 포상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창의성을 발휘해 회사 발전에 기여한 직원 개인의 독창성과 업무 실적에 따라 보상을 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노력했고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최선을 다했다.

창의성은 한 개인이 가진 뛰어난 능력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창시한 상대성이론이 아무리 위대할지라도 30명이 넘는 물리학자의 노력을 집대성해 만든 양자역학의 세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렇듯이 비록 평범하지만 여러 사람으로부터 발현된 작은 창의성이 모인다면 그것은 간혹 도산 기업을 세계적 초우량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기적을 낳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우선,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적극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그런 환경은 인간에 대한 믿음, 뛰어난 리더십, 세밀한 관찰력을 가진 리더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리더 스스로 창의성을 관찰할 수 있는 눈을 갖고 타인의 창의성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윌리엄 맥나이트 회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9.01.09 ⓒ ScienceTimes [URL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