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민영화의 추억 (선경, SK)

원래 선경은 큰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선경의 원래 이름이 "선경직물" 인걸 보면 아시겠지만...  조그마한 섬유회사로 시작했지요.


그리고도 제일모직처럼 업계를 장악한 그런 위치에는 가 본적 없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중간쯤.. 위치한, 어찌보면 중소기업에 가까운 기업이 선경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선경이 갑자기 대기업으로 발돋음한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1980년의 대한석유공사의 "민영화" 였습니다.


1980년이 뭐하던 해였는지, 다들 아시겠지요?   전두환이 쿠테타로 정권을 찬탈한 해였습니다.


그 해, 전두환 군사정권은 엄청난 설비자금이 들어가지만 운영자금은 그다지 크게 필요하지 않은....  들고만 있으면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이 알짜 기업을 느닷없이, 뜬금없이, 선경이라는 회사에 넘겨버립니다.


선경은 이 회사 이름을 대한석"유공"사 그대로 남겨서 운영을 하고, 여기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감히 "특혜" 운운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광주민주화 운동에서의 학살이 일어난 해였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의 유일한 정유회사였던 국영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던 기업이, 선경그룹으로 헐값에 팔렸습니다.


여기서 아시겠지만, 선경그룹은 전두환 군사정권과 돈독한 관계가 있었습니다.  오죽 돈독했으면 노태우와 사돈지간까지 되었겠습니까...




이제 시간이 흘러...


선경은 1990년이 되었습니다.


1990년은 노태우 정권 시절이었지요....


이때... 노태우 정권은 "제2 이동통신사 선정사업" 이라는걸 벌입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공기업인 한국이동통신의 경영 선진화를 위해 경쟁체제 구축..." 이었습니다.


아마, 선경이 제 2 이동통신사로 선정이 되었다면, 노태우 정권은 한국이동통신사의 요금을 올리던가, 아니면 서비스의 질을 크게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넘겨주려 했었을겁니다.


아무튼..


이 선정사업에서 선경이 1위를 차지하여, 제2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이 되게 됩니다.


그런데, 일은 1980년과 좀 다르게 흘러갑니다.


6월 항쟁이 일어났을 정도로 한국 사회는 군사정권의 억압, 공포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시기였지요.


그러다보니, 누가봐도 "사돈기업 챙겨주기" 로 보이는 이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크게 반발하게 되고, 선경과 노태우 정권은 어마어마한 반대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 당시 사회 분위기로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사태? 정도의 사회적 파장이 있었다고 보면 됩니다.


결국, 이 반항에 선경과 정권이 굴복하고, 선경은 사업자 선정권을 자진 반납하고 맙니다.


웃긴건, 1위로 선정된 사업자가 사업권을 반납하면 2위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넘겨주면 될텐데, 노태우 정권은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자체를 무효화 시키고 사업 자체를 백지화 시켜 버립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이 알짜배기 사업을 선경에게 넘겨야만 했던 노태우 정권은 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에는 제2이동통신 사업자가 아닌, 한국이동통신사를 "민영화" 시키겠다고 발표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자유 입찰이었으나, 다른 기업들은 정권이 시키는 대로 들러리 서 주었고, 선경이 최고 입찰액을 써 내어 1994년 4천3백억으로 한국통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이동통신사의 지분 23%를 인수하게 됩니다.


SKT의 한해 수익을 떠올려보시면, 거액이라고 보이는 4300억이란 돈이 기업가치에 비하면 얼마나 별것 아닌것인지 알 수 있을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선경은 낙찰을 받아놓고서는 매입대금이 너무 비싸서 한방에 부담하기가 어렵다고 "자구노력유예신청" 이란걸 합니다.


말이 어렵죠?


그냥 쉽게...


낙찰은 지금 받고, 매입대금은 5년후에...  그 동안.....벌어서.... 낼께요....  입니다.


이 황당한 요청을 체신부는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선경은 돈 한푼 안내고 한국이동통신을 꿀꺽... 하고는 SKT로 출발하게 됩니다.


이렇게 한국이동통신을 빼앗긴 한국통신은 나중에 따로 PCS회사를 설립하였으나, 워낙 좋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던  SKT의 벽을 넘지 못하는 삽질을 하고 말았습니다.


제2 이동통신사는 나중에 신세기통신이 설립하게 되는데, 처음부터 막강한 자본력 같은걸 가지지 못했던 기업 특성상 오래지 않아 제1이동통신사인 SKT에 다시 합병되고, 자본력이 충분했던 LG와  한국통신만이 살아남아 아직까지 SKT와 경쟁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아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SKT가 벌어들인 수익금은 얼마나 될까요?


1980년대부터 1994년까지 우리 정부가 한국이동통신을 설립하고 기지국을 세우는데 얼마나 돈이 들었을까요?


과연 그 금액을 합하면 4300억이라는 돈과 비교해볼 가치가 있을까요? (참고로 SKT의 한 분기..  세달 수익이 4300억쯤 될겁니다... ㅎㅎ)


SKT와 SK엔크린이 설립되어서, 우리 정부와 우리 국가에 공기업일때보다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 주었나요?


민영화의 추억...